멸치볶음 (전처리, 견과류, 양념 비율)

멸치볶음은 한국 가정의 밑반찬 소비율 1위를 차지하는 반찬인데요.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에 따르면(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멸치류는 연간 1인당 평균 2.3kg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저 역시 주 1회는 꼭 만들어두는 반찬이지만, 처음엔 멸치 특유의 비린 맛 때문에 실패를 여러 번 겪었습니다.

멸치

멸치 전처리가 맛을 결정한다

멸치볶음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볶기 전 전처리(前處理) 과정입니다. 전처리란 식재료를 본격적으로 조리하기 전에 손질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뜻하는데요. 멸치의 경우 냉동 보관으로 인한 냉동실 냄새와 비린 맛을 제거하는 작업으로 필수 아닌거 같지만 맛을 위해서는 필수입니다.

세멸(細滅) 100g을 기준으로 마른 프라이팬에 약불로 1분간 볶아주면 수분이 증발하면서 비린 맛이 상당 부분 제거됩니다. 저는 예전엔 흐르는 물에 한 번 씻고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하는 방식을 썼는데요. 세척 없이 바로 볶는 방법을 시도해보니 오히려 멸치 본연의 감칠맛이 더 살아나더군요. 물에 씻으면 멸치 표면의 미네랄 성분이 일부 손실되기 때문입니다.

볶은 멸치는 채반에 쏟아 흔들어주면서 식혀야 합니다. 이때 그릇 밑에 가루가 떨어지는데, 이 가루를 제거해야 깔끔한 식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멸치가 타면 쓴맛이 나므로 약불에서 계속 저어가며 볶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한 번 집중력이 흐트러져 멸치를 태운 적이 있는데, 그때 만든 볶음은 가족 모두 한 입 먹고 남겼습니다.

견과류 조합이 고소함을 배가시킨다

멸치볶음의 풍미를 한 단계 높이는 비결은 견과류 배합입니다. 땅콩 1/2컵, 호두 1/2컵, 잣 1/3컵을 기본 비율로 사용하면 각 견과류의 식감과 향이 조화를 이룹니다. 여기에 해바라기씨나 호박씨, 아몬드를 추가해도 좋습니다. 어른용으로 만들때는 꽈리고추를 넣어주기도 하고요. (맵지 않은 꽈리고추는 아이들도 잘먹었습니다.)

견과류 역시 냉동 보관 시 냄새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볶아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센 불로 팬을 달군 후 약불로 낮춰 1~2분간 볶으면 고소한 향이 올라옵니다. 여기서 중요한 순서가 있는데요. 견과류를 먼저 볶고, 같은 팬에 멸치를 볶아야 합니다. 반대로 하면 팬을 한 번 더 씻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깁니다.

저는 아이들용으로 만들 땐 견과류 대신 해바라기씨만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고, 씹는 식감이 부담스러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식품알레르기 유발 식품 중 견과류는 상위 5위 안에 듭니다. 대신 단맛을 살짝 더해주면 아이들도 잘 먹습니다.

  1. 땅콩: 고소한 맛의 기본을 담당하며, 단단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2. 호두: 부드러운 식감과 고급스러운 풍미를 더합니다
  3. 잣: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질감으로 전체 맛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양념 비율이 간의 핵심이다

멸치볶음의 양념 비율은 간장 1큰술, 맛술 2큰술, 설탕 1큰술이 기본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간장을 적게 쓰는 것인데요. 멸치 자체에 염분(鹽分)이 충분히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염분이란 소금기를 뜻하는 말로, 멸치 100g당 약 2~3g의 나트륨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양념을 넣는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식용유 3큰술에 슬라이스한 마늘 2컵과 청양고추 1개를 센 불에서 1분간 볶아 마늘이 살짝 익으면, 이때 멸치를 넣습니다. 마늘은 익으면서 단맛이 올라오고 매운맛은 날아가기 때문에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저는 마늘을 가로로 썰어 넣는데, 이렇게 하면 마늘 심이 가운데로 보이면서 모양이 유지됩니다.

멸치가 어느 정도 볶아지면 가스레인지를 끄고 양념을 넣습니다. 불을 켠 채로 양념을 넣으면 세멸처럼 얇은 멸치는 금방 타버리기 때문입니다. 양념을 섞은 후 다시 센 불에서 1분간 볶고, 견과류를 넣어 함께 볶아줍니다. 마지막에 물엿 2큰술을 넣고 불을 끄면 윤기가 돌면서 멸치가 서로 달라붙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자멸(中滅)이나 소멸(小滅)을 쓸 때는 양념을 조금 더 강하게 해야 합니다. 큰 멸치는 살이 두껍고 간이 덜 배기 때문인데요. 이럴 땐 간장을 1.5큰술로 늘리거나, 고추장 1큰술을 추가해 고추장 양념 멸치볶음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어른들이 먹을 매콤한 멸치볶음을 먹고 싶을때는 고추장을 넣어  간장, 고추장, 맛술, 다진 마늘을 1:1:2:0.5 비율로 섞으면 매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더라고요.

멸치볶음은 만들어두면 냉장고에서 일주일은 거뜬히 보관됩니다. 저는 주말에 한 번 만들어두고 평일 내내 꺼내 먹는데요. 다만 물엿을 너무 많이 넣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끈적해질 수 있으니 2큰술을 넘기지 않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에 참깨 1큰술과 깨소금을 살짝 뿌려주면 고소한 향이 더해지면서 완성도가 한층 높아집니다. 짭짤한 멸치와 고소한 견과류,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진 멸치볶음은 밥도둑이 따로 없습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fm47aK3UtKM&t=1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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