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만드는 리조또 (즉석밥, 참치액, 크림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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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리조또를 만들면서 한 번도 참치액을 넣어볼 생각을 못 했습니다. 아이 이유식 후기 때부터 만들어온 요리인데, 수년 만에 참치액 한 숟갈로 맛이 완전히 달라지는 걸 경험하고 나서야 그동안 뭔가 하나가 빠져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10분 만에 양식당 느낌을 낼 수 있는 우유 리조또, 만드는 법을 풀어봅니다.
즉석밥으로 리조또를 만든다고요?
리조또를 처음 만들 때 가장 많이 실패하는 지점이 어디인지 아십니까? 바로 밥의 식감입니다. 리조또는 밥알이 살아 있으면서도 크림 소스가 잘 배어든 상태, 즉 알 덴테(Al dente)가 이상적입니다. 알 덴테란 파스타나 쌀을 완전히 익히지 않고 약간의 씹힘이 남아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이걸 집에서 맞추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즉석밥입니다. 즉석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운 뒤 바로 쓰지 않고, 포장을 뜯어 한 김 식히는 게 핵심입니다. 뚜껑을 열고 나서 렌즈를 돌려 증기를 날려줘야 밥알이 꼬들꼬들해집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한 단계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꽤 큽니다. 밥통에 남은 묵은 밥은 이 용도로는 쓰기 어렵습니다. 수분 상태가 이미 달라져 있어서 소스와 섞었을 때 죽처럼 퍼져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처음 리조또를 만들었던 건 아이 이유식 후기 때였습니다. 일반식으로 넘어가기 직전, 음식의 질감을 조금 되직하게 맞춰야 하는 시기인데 리조또의 식감이 딱 그 시기에 맞았습니다. 그때는 오히려 밥을 먼저 소스에 섞어 부드럽게 만든 뒤 졸이는 방식으로 만들었는데, 아이가 먹기 좋게 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알 덴테와는 정반대 방향이었지만, 그 덕분에 리조또의 농도 조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찍부터 체감했습니다.
크림소스 없이 우유로만 만드는 법
생크림이 없으면 리조또를 못 만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우유 200ml면 충분히 크림소스의 역할을 합니다. 유화(Emulsification)라는 개념이 여기서 중요합니다. 유화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두 성분이 버터나 치즈 같은 매개체를 통해 균일하게 섞이는 과정을 말합니다. 버터와 치즈가 들어가는 순간, 우유가 단순한 국물이 아니라 걸쭉한 크림 소스처럼 바뀌는 이유가 바로 이 유화 작용 때문입니다.
만드는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즉석밥을 데운 뒤 포장을 열고 한 김 날려 꼬들꼬들하게 준비합니다.
- 약불에서 버터 40g을 녹이고 양파, 마늘을 2분 정도 볶아 단맛을 끌어냅니다.
- 양송이버섯을 넣고 물 반 컵(소주잔 하나 분량)과 우유 200ml를 붓습니다.
- 참치액 한 숟갈로 감칠맛을 올리고 치즈를 넣어 소스를 완성합니다.
- 즉석밥을 넣고 30~40초 졸인 뒤, 국물이 약간 남아 있을 때 불을 끕니다.
마지막에 국물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졸이면 안 됩니다. 뻑뻑해진 상태에서 불을 끄면 식으면서 더 굳어버려서 먹기 불편합니다. 소스가 살짝 흐르는 느낌, 그 타이밍에 불을 꺼야 그릇에 담았을 때 모양이 예쁘게 잡힙니다. 제 경험상 이건 한두 번 만들어보면 감이 잡힙니다.
참치액, 진짜 넣어야 합니까?
이게 저한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참치액은 액젓이 아닙니다. 참치를 고온·고압으로 농축한 추출물로, 감칠맛(Umami)을 끌어올리는 데 특화된 재료입니다. 감칠맛이란 단맛·짠맛·신맛·쓴맛에 더해지는 다섯 번째 기본 맛으로, 혀 전체에 퍼지며 음식의 깊이를 만들어주는 맛입니다. 특히 우유나 크림처럼 유제품과 만났을 때 감칠맛이 증폭되는 효과가 있어서, 크림 기반 요리에 쓰면 효과가 두드러집니다.
저는 수년간 참치액 없이 리조또를 만들어 왔습니다. 아이 이유식 때부터 지금까지요. 그런데 참치액을 처음 넣어봤을 때, 정말 맛이 싹 올라왔습니다. 설명하기 어려운 깊이가 생기는 느낌이랄까요. 요즘은 집집마다 참치액 하나씩은 있는 편이니, 있다면 꼭 넣어보시길 권합니다. 한 숟갈이면 충분하고, 과하게 넣으면 오히려 짜질 수 있으니 조절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발효·추출 조미료의 나트륨 함량을 확인하고 사용할 것을 권장합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트러플 오일은 개인적으로 꼭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버터가 이미 40g 들어가면 풍미 자체는 충분합니다. 트러플 오일을 넣는다면 화이트 트러플 오일이 범용적으로 쓰기 더 좋다는 의견도 있는데, 집에 없다면 굳이 구매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후추 한 꼬집이 만드는 차이
후추를 리조또에 뿌린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못 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흑후추(Black Pepper)에는 피페린(Piperine)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피페린이란 후추 특유의 알싸한 향과 맛을 만드는 알칼로이드 성분으로, 음식에 뿌렸을 때 유제품의 약간의 비릿한 냄새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우유가 들어간 크림 소스에 후추가 잘 어울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맛의 차이가 극적으로 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후추를 솔솔 뿌려준 리조또와 그렇지 않은 리조또를 나란히 놓고 먹으면, 마무리감이 다릅니다. 음식 전문가들이 말하는 피니싱(Finishing), 즉 완성 단계에서 향신료나 오일로 음식의 마지막 풍미를 잡아주는 기법이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크림 파스타나 리조또처럼 유제품이 베이스인 요리에 후추가 잘 어울리는 이유를 이제는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요리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식품연구원도 향신료가 유제품 요리의 풍미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후추를 일절 넣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크고 나서 후추를 조금씩 넣기 시작했고, 지금은 리조또에 후추는 필수가 됐습니다. 베이컨이나 소시지를 추가해서 만들 때는 특히 어울립니다.
우유 리조또는 생크림도, 트러플 오일도, 특별한 기술도 필요 없습니다. 즉석밥을 제대로 준비하고, 소스의 농도를 눈으로 보면서 조절하고, 참치액으로 감칠맛을 올리고, 마지막에 후추를 뿌리는 것. 이 네 가지만 지켜도 집에서 충분히 양식당 느낌을 낼 수 있습니다. 처음엔 농도 조절이 낯설 수 있지만, 두세 번 만들다 보면 타이밍이 잡힙니다. 이번 주말 브런치로 한 번 도전해보시길 권합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fbpHYjh3_90- 공유 링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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