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태탕 (해동법, 육수, 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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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만 되면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데, 여러분은 어떤 탕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시장에서 동태를 볼 때마다 홀린 듯 사오게 되는데요. 그런데 아파트에서 동태탕 끓이면 냄새 때문에 부담스럽잖아요. 그래서 한동안 멀리했다가 다시 도전했는데, 해동 방법과 육수 만들기만 제대로 하니 비린내도 줄고 살도 덜 부서지더라고요. 오늘은 제가 여러 번 시행착오 끝에 정리한 동태탕 끓이는 법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동태 해동, 그냥 하면 살이 다 풀어집니다
동태는 대부분 냉동 상태로 유통되기 때문에 해동 과정이 정말 중요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급하게 물에 담가두거나 냉장고에서 그냥 녹였는데요. 그렇게 하면 끓일 때 동태 살이 국물에 다 흩어져서 국자로 뜨기도 힘들더라고요. 동태를 구입할 때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약 2cm 두께로 토막 내달라고 요청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안쪽에 있는 간이나 알, 곤이(암컷의 알집)도 버리지 말고 함께 가져와야 국물 맛이 진해집니다.
동태를 씻을 때는 비늘 부분을 손으로 문질러 깨끗하게 해주고, 안쪽의 검은 막이나 아가미 주변도 꼼꼼하게 제거해야 합니다. 이 검은 막을 '혈합육(血合肉)'이라고 하는데, 이게 남아 있으면 비린내의 주범이 됩니다. 씻은 동태는 쌀뜨물 3컵에 소금 1/2큰술, 맛술 3큰술을 넣고 대파 잎까지 함께 담가 20~30분 정도 해동시킵니다. 대파 잎의 점액질이 해동을 빠르게 도와주면서 비린내도 잡아주거든요. 중간에 한 번 뒤집어주면 골고루 연육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내장 부분인 이리(수컷의 정소), 알, 간은 따로 분리해서 청주 3큰술과 소금 1작은술로 밑간을 해둡니다. 이때 손으로 하지 말고 젓가락으로 살살 버무려야 손의 온기로 인해 풀어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동과 밑간을 제대로 하면 나중에 끓일 때 살이 덜 부서지고 모양도 예쁘게 유지됩니다.
육수부터 제대로 내야 깊은 맛이 납니다
동태탕을 끓일 때 많은 분들이 그냥 물에 양념 풀고 동태 넣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했는데, 육수를 따로 내고 나서 끓이니 국물 맛이 확실히 달라지더라고요. 육수를 낼 때는 황태포, 멸치, 무말랭이, 통후추, 말린 표고버섯, 마른 홍고추를 모두 조금씩 넣어 면포나 국물 팩에 담습니다. 이걸 물 13컵에 넣고 팔팔 끓이면 증발해서 약 12컵 정도의 육수가 만들어집니다.
육수를 끓이는 동안 동태는 해동이 되고 있으니 시간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육수를 내는 과정을 '출수(出水)'라고 하는데, 이는 재료에서 감칠맛 성분을 물로 우려내는 작업을 뜻합니다. 황태포에서 나오는 구수한 맛과 멸치의 깊은 감칠맛, 표고버섯의 은은한 향이 어우러지면 그냥 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이가 생깁니다.
육수가 끓으면 먼저 무와 양파를 넣고 한소끔 더 끓여줍니다. 무는 0.7cm 정도로 두툼하게 썰어야 끓여도 형태가 남아 씹는 맛이 좋고, 양파도 너무 얇으면 금방 흐물해지니까 두께감 있게 썰어야 합니다. 저는 무와 함께 콩나물도 꼭 넣는데요. 콩나물의 아스파라긴산 성분이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물 맛을 시원하게 만들어주거든요.
양념은 두 번에 나눠 넣어야 깔끔합니다
양념장 만들 때 저는 고추장 2큰술, 된장 1큰술, 고춧가루 5큰술을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국간장 3큰술과 진간장 2큰술을 섞어 넣습니다. 국간장만 쓰면 너무 담백하고, 진간장만 쓰면 색이 너무 진해지는데요. 두 가지를 섞으면 색도 적당하고 단맛과 감칠맛이 균형 있게 나옵니다. 여기에 다진 마늘 2큰술, 생강즙 1작은술, 맛술 3큰술을 넣고 잘 섞어줍니다.
양념장을 넣을 때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요. 한꺼번에 다 넣지 말고 2/3만 먼저 넣고, 나머지 1/3은 나중에 간 맞출 때 사용합니다. 양념을 한 번에 다 넣으면 거품이 많이 올라오고 이물감도 생기는데, 나눠 넣으면 국물이 훨씬 깔끔해집니다. 첫 번째 양념을 넣고 끓이면 동태에서 나온 단백질 거품이 올라오는데, 이걸 국자로 걷어내야 합니다.
동태탕의 핵심 조미료 중 하나가 바로 새우젓인데요. 마지막 간 맞출 때 소금 대신 새우젓을 쓰면 감칠맛이 훨씬 좋아집니다. '염장 발효(鹽藏醱酵)'를 거친 새우젓은 아미노산과 핵산 성분이 풍부해서 깊은 맛을 더해주거든요. 소금으로 간하면 자칫 쓴맛이 날 수 있지만, 새우젓은 짭짤하면서도 달큰한 맛을 내줍니다. 제 경험상 새우젓으로 간 맞춘 동태탕이 훨씬 맛있었습니다.
- 양념장 2/3를 먼저 넣고 끓입니다
- 거품을 걷어낸 후 대파와 고추를 넣습니다
- 두부를 넣고 5분간 더 끓여 간을 배게 합니다
- 나머지 양념장 1/3과 새우젓으로 최종 간을 맞춥니다
- 마지막에 미나리를 올려 향을 냅니다
실제로 끓여보니 이런 점들이 중요하더라고요
저는 처음에 동태 대가리를 빼고 끓였는데요. 먹지도 않을 건데 왜 넣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대가리를 넣고 안 넣고의 차이가 정말 크더라고요. 동태 머리 부분에는 '콜라겐(Collagen)'이 풍부해서 국물이 훨씬 진하고 고소해집니다. 머리 주변에도 의외로 먹을 수 있는 살이 꽤 있어서 이제는 꼭 넣어서 끓이고 있습니다.
배추는 김장철에 집에 있을 때만 넣는데요. 배추를 넣으면 국물이 더 시원해지긴 하지만 굳이 사서 넣을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대신 콩나물, 대파, 무 이 세 가지는 제가 절대 빼지 않는 채소입니다. 이 조합이 동태탕 국물을 시원하게 만드는 핵심이거든요. 고추냉이는 레시피에 있어서 한 번 넣어봤는데, 톡 쏘는 매운맛이 저는 별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빼고 있습니다.
시간이 없을 때는 해동 과정을 줄이거나 건너뛰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는 살이 조금 풀어질 걸 각오하고 끓입니다. 그래도 숟가락으로 조심히 뜨면 충분히 먹을 만하거든요. 완벽하게 하려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상황에 맞춰 적당히 타협하는 것도 집밥의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동태탕은 아무래도 냄새가 많이 나서 자주 끓이기 부담스러운 음식이긴 한데요. 해동과 육수 내는 과정만 제대로 하면 비린내도 확 줄고, 국물 맛도 훨씬 깊어집니다. 뚜껑을 열고 끓여야 비린내가 날아가니까 환기는 필수입니다. 한겨울에 뜨끈한 동태탕 한 그릇이면 얼었던 몸이 녹는 기분이 드는데요. 여러분도 한번 도전해보시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걸 느끼실 겁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EoehZZ9qPvk- 공유 링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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