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국수 (멸치 육수, 고명, 어묵 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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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면이냐 밥이냐 묻는다면 전 면보다 밥인 밥파이거든요 ㅎㅎ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국수 마니아인 남편 덕분에 종종 먹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먹게 되었고 국수마다 육수 맛이 미묘하지만?! 전부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주도에서 먹었던 진한 고기국수는 굵은 면발에 담백한 국물이 일품이었고, 집에서 끓인 멸치 육수는 소면과 만나면 또 다른 깊이를 보여줬습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여러 번 만들어 본 잔치국수 레시피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멸치육수 제대로 뽑는 법
잔치국수의 생명은 육수입니다. 저는 처음엔 시판 육수팩을 쓰다가, 직접 멸치로 우려낸 육수를 먹어보고 나서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멸치 육수(anchovy broth)란 멸치를 물에 끓여 감칠맛 성분을 추출한 국물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멸치의 깊은 맛을 물에 우려낸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기본은 물 2L에 다시마 A4 용지 한 장 크기를 넣고 약한 불에서 천천히 끓이는 겁니다. 다시마는 센 불에 오래 끓이면 안 됩니다. 75도 정도의 온도에서 4시간 정도 우려내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시간이 없다면 냉장고에 물과 함께 담가 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다시마가 두툼해지고 손톱으로 눌렀을 때 말랑해질 정도면 충분히 우러난 겁니다.
여기에 디포리(밴댕이 말린 것) 10마리와 멸치 20마리를 넣습니다. 디포리는 멸치보다 진한 감칠맛을 내기 때문에 함께 넣으면 육수의 깊이가 훨씬 좋아집니다. 우마미(umami)라고 불리는 감칠맛 성분이 상승 효과를 내는 거죠. 우마미란 단맛, 짠맛, 신맛, 쓴맛에 이어 다섯 번째 기본 맛으로 분류되는 감칠맛을 의미합니다. 다시마의 글루탐산과 멸치의 이노신산이 만나면 이 감칠맛이 배가됩니다.
만약에 멸치를 사용하시게 된다면 잘 손질된 멸치, 즉! 멸치 머리랑 똥이 손질된 걸로 사용하신다면 쓴맛은 없을거예요.
고명 준비와 채소 손질
육수를 우리는 동안 고명을 준비합니다. 저는 양파, 애호박, 청양고추를 기본으로 넣고, 여기에 당근도 채썰어서 기름과 소금에 살짝 볶아 추가합니다. 당근을 볶으면 단맛이 더 올라오고 색감도 예뻐져서 국수가 훨씬 화려해 보입니다.
지단도 아이들이 늘 찾기에 빼놓을 수 없어서 항상 준비하는데,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따로 지단을 부친 뒤 얇게 채썰면, 국수 위에 올렸을 때 노란색과 하얀색이 대비되면서 보기에도 좋고 맛도 더 풍성해집니다. 실제로 제가 손님 초대할 때 이렇게 내놓으면 "식당 국수 같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애호박은 길쭉하게 썰어야 면과 함께 젓가락에 잘 걸립니다. 너무 두껍게 썰면 면이랑 따로 놀기 때문에, 면발 두께와 비슷하게 맞춰주는 게 포인트입니다. 청양고추는 매운맛을 좋아한다면 송송 썰어 넉넉히 넣고, 아이들이 먹는다면 조금만 넣거나 빼야겠죠?!
어묵 손질법과 간 맞추기
어묵은 기름기가 있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손질 과정을 거칩니다. 끓는 물에 어묵을 살짝 넣었다 빼면 표면의 기름기가 제거되면서 국물이 더 깔끔해집니다. 어묵 특유의 누린내도 줄어들고요. 손질한 어묵은 길쭉하게 채썰어서 준비해 두고 있어요!
다시마가 충분히 우러나면 건져내고, 이제 불을 올려서 팔팔 끓입니다. 다시마를 건진 후에는 센 불에 끓여도 괜찮습니다. 다시마가 들어 있을 때 센 불로 끓이면 점액질이 나와 육수가 텁텁해지는데, 다시마를 건진 후에는 그럴 걱정이 없더라고요.
간은 다진 마늘 1스푼, 맛술 1스푼, 국간장 2스푼, 참치액 2스푼을 넣습니다. 국간장(soup soy sauce)은 일반 간장보다 염도가 낮고 색이 연해서 국물 요리에 적합한 간장입니다. 쉽게 말해 국물 색을 탁하게 하지 않으면서 간을 맞출 수 있는 간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시점에서 간을 살짝 세게 맞춰도 좋은데 이유는 채소가 들어가면 국물이 조금 심심해지기 때문이에요!
- 다시마 건지기 → 불 올려서 끓이기
- 다진 마늘, 맛술, 국간장, 참치액 넣기
- 양파, 애호박, 청양고추 넣고 한소끔 끓이기
- 소금 1/2스푼 추가로 간 조절
채소를 넣고 한소끔 끓인 뒤 맛을 보고, 필요하면 소금을 반 스푼 정도 더 넣습니다. 면과 함께 먹었을 때를 기준으로 간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육수만 먹었을 때보다 약간 짜다 싶을 정도가 적당합니다. 후추는 손후추로 살짝만 뿌려주면 향이 더 살아납니다.
완성과 마지막 포인트
삶아 둔 소면을 그릇에 담고, 육수를 부은 뒤 어묵, 애호박, 당근, 지단을 차례로 올립니다. 저는 여기에 김가루도 살짝 뿌려요~ 김가루는 국수의 감칠맛을 한 단계 끌어올려 주는 역할을 하고, 다시마도 버리지 말고 채썰어서 고명으로 올리거나, 간장에 조려서 밑반찬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신김치를 다져서 곁들이면 국수의 풍미가 한층 더 깊어집니다. 국물이 심심하다 싶으면 김치 국물을 조금 넣어도 좋습니다. 저는 멸치 육수만 따로 끓여서 마시고 싶을 때도 종종 있는데, 그럴 땐 시판 멸치 육수팩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역시 직접 우려낸 육수의 깊이는 따라올 수가 없지요 ㅎㅎ
제가 국수를 좋아하게 된 건 결국 육수의 맛을 알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멸치로 우려낸 육수는 소면과 만나면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굵은 면과 만나면 진하고 묵직한 맛을 내더라고용ㅎ 같은 육수라도 면발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다르고, 잔치국수는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따뜻한 한 끼입니다. 재료만 제대로 준비하면 누구나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으니, 쌀쌀한 날 가족과 함께 한 그릇 나눠 드셔 보시길 추천드려요~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jsnJXj6eo4- 공유 링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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