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탕 완전 정복 (끓이는 시간, 손질법, 재료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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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은 결혼 초부터 꽃게탕을 자주 해 먹었습니다. 남편이 꽃게를 워낙 좋아해서 신혼 때부터 꽃게탕 실력을 늘려왔는데, 처음 끓였을 때 의외로 맛있게 나와서 소주 한잔 곁들이며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봄이 다가오면서 살이 통통하게 오른 암꽃게 철이 돌아오고 있어서, 그동안 제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정리한 꽃게탕 레시피를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꽃게 손질법, 가위만 있으면 5분 안에 끝납니다
꽃게 손질은 생각보다 훨씬 간단합니다. 저도 처음엔 칼로 하려다가 손 다칠까 봐 조심스러웠는데, 가위만 있으면 정말 쉽게 해결됩니다. 먼저 꽃게를 솔로 깨끗이 씻은 뒤 딱지를 떼어내는데, 이 딱지 부분은 먼저 냄비에 넣어도 됩니다. 오래 끓여도 육수가 잘 나오기 때문입니다.
배를 보면 동그란 모양은 암꽃게, 세모나게 생긴 것은 수꽃게입니다. 암꽃게는 알이 있어 고소하고, 수꽃게는 살이 더 차 있어 각자 장점이 있습니다. 딱지를 떼어낸 뒤 몸통을 절반으로 자르고, 아가미(지저분한 부분)를 가위로 제거합니다. 집게 발을 제외한 나머지 다리는 잘라서 버려도 되고 아니면 끝부분만 살짝씩 잘라낸뒤 통채로 넣어도 괜찮아요. 그리고 저도 뒤늦게 알게된 팁인데 몸통을 자를때 단단한 쪽에서 얇은 쪽으로 자르는 게 포인트인데, 이렇게 해야 살이 뭉개지지 않습니다.
절단 꽃게를 사면 이 과정을 건너뛸 수 있지만, 저는 직접 손질하는 편입니다. 신선도를 확인할 수 있고, 무엇보다 냉동 꽃게라도 직접 손질하면서 상태를 한번 더 확인 하고 있어요.
끓이는 시간, 오래 끓인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이 부분이 제가 가장 크게 생각을 바꾼 지점입니다. 저는 꽃게 맛이 국물에 충분히 우러나게 하려면 최대한 오래 끓여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실제로 처음에 맛이 부족하다 싶을 때 계속 끓이면 국물 맛이 진해지는 걸 경험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너무 오래 끓이면 살이 국물로 다 빠져나가서 게를 먹는 재미가 반감된다는 겁니다.
갑각류의 감칠맛 성분(아미노산과 핵산 물질)은 생각보다 빠르게 국물로 녹아나옵니다. 여기서 감칠맛이란 글루탐산, 이노신산 같은 성분이 혀의 수용체를 자극해서 느껴지는 맛으로, 흔히 '깊은 맛'이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무가 투명해지기 시작할 때부터 약 7~10분 정도만 끓여도 국물에 꽃게 맛이 충분히 배어났습니다.
최근에는 끓이는 시간을 15분 내외로 줄였는데, 오히려 국물은 시원하고 살은 통통하게 살아있어서 훨씬 만족스러웠습니다. 물론 더 진한 국물을 원하신다면 20분 정도까지 늘려도 되지만, 살의 식감을 생각하면 적당한 선에서 끝내는 게 좋다는것만 기억하시고 취향에 맞게 끓여주세요.
재료 조합, 기본에 한두 가지만 더하세요
꽃게탕의 기본 재료는 명확합니다. 무,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대파,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저는 여기에 애호박을 추가하는데, 남편이 애호박이 꼭 들어가야 국물 맛이 제대로 난다고 해서 그때부터 계속 넣고 있습니다. 실제로 애호박을 넣으면 단맛이 더해지면서 국물이 한층 부드러워집니다.
조개류를 추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겨울철 홍합을 적당량 넣으면 꽃게와 홍합의 감칠맛이 배로 올라옵니다. 조개에서 나오는 타우린과 글리신 성분이 국물의 감칠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출처: 국립수산과학원). 콩나물을 넣어본 적도 있는데, 아삭한 식감과 함께 시원한 맛이 더해져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양념 비율은 물 2L 기준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 된장 1스푼, 고추장 1스푼 (간과 구수함의 기본)
- 고춧가루 3스푼 (색감과 칼칼한 맛)
- 다진 마늘 1스푼, 간 생강 0.5스푼 (향 보강)
- 미림 1스푼, 참치액 2스푼 (감칠맛 추가)
- 국간장 1스푼, 소금 0.5스푼, 후추 약간 (마무리 간)
미나리는 전통적으로 많이 넣는 재료인데, 최근에는 쑥갓도 정말 잘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쑥갓 특유의 향이 꽃게의 비린 맛을 잡아주면서도 은은하게 남아서, 앞으로는 미나리와 쑥갓을 번갈아 가며 사용할 계획입니다.
냉동 꽃게도 충분히 맛있습니다
꽃게는 봄에는 암꽃게, 가을에는 수꽃게가 제철이지만 냉동 제품도 퀄리티가 좋습니다. 저희 집은 1년에 5~6번 정도 꽃게탕을 끓이는데, 생물을 구하기 어려운 시기에는 냉동 꽃게를 사용합니다. 냉동이라고 해서 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해동할 때 찬물에 천천히 녹이는 게 중요합니다. 급하게 미지근한 물에 담그면 살이 물러질 수 있습니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서 꽃게 특유의 단맛과 시원함이 올라올 때, 그 향만으로도 식욕이 확 돕니다. 뜨거운 국물을 한 입 떠서 마시면 "뜨거운데 시원하다"는 표현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게 됩니다. 이건 꽃게탕을 먹어본 사람만 아는 그 특유의 감각입니다.
저는 꽃게탕을 끓일 때마다 밥을 한 그릇 말아 먹고, 김치와 함께 곁들입니다.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뜨끈한 꽃게탕을 나눠 먹는 시간은 그 자체로 행복한 순간입니다. 수제비를 띄워 먹어도 좋고, 칼국수 사리를 추가해도 훌륭합니다. 이번 봄에는 살 오른 암꽃게로 한 번 더 끓여볼 생각입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HXYsJYuuW2g- 공유 링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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