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한 원팬 파스타 (크림파스타, 토마토파스타, 알리오올리오)

솔직히 저는 파스타를 즐겨 먹으면서도 집에서 만드는 건 꺼려했습니다. 면 삶는 냄비, 소스 만드는 냄비, 마지막으로 볶는 팬까지 최소 3개의 조리 도구를 써야 하니 설거지가 부담스러웠거든요. 그런데 원팬 파스타라는 조리법을 알고 나서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팬 하나로 면을 삶으면서 동시에 소스까지 완성하는 방식인데, 처음엔 "이게 제대로 될까?" 싶었지만 실제로 해보니 맛도 괜찮고 설거지 부담이 확 줄어들어서 이제 집에서 먹는 파스타는 무조건 원팬! 입니다.

원팬 파스타의 핵심 원리

원팬 파스타의 가장 큰 특징은 면수(파스타 삶은 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파스타를 만들 때는 면을 따로 삶고 물을 버린 뒤 소스와 버무리잖아요. 하지만 원팬 방식에서는 면을 삶으면서 나오는 전분기를 그대로 소스에 활용합니다. 여기서 전분기란 면에서 우러나온 녹말 성분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국물을 걸쭉하게 만들어주는 천연 농축제 같은 겁니다.

제가 처음 이 방법을 시도했을 때 가장 놀랐던 건 소스의 농도였습니다. 따로 크림이나 전분을 추가하지 않았는데도 면수의 전분이 자연스럽게 소스를 묵직하게 만들어주더군요. 물론 처음엔 "물이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싶었는데, 10분쯤 끓이니 국물이 자작하게 졸아들면서 딱 적당한 농도가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불 조절인데, 너무 센 불로 하면 물만 빨리 증발하고 면은 덜 익을 수 있으니 중불에서 천천히 끓이는 게 핵심이었어요.

파스타

크림파스타 만들기

크림파스타는 원팬 방식으로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메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인분 기준으로 물 800ml를 팬에 붓고, 파스타면을 100원 동전 크기 정도(약 80g)로 잡아 비틀어 넣습니다. 면 포장지에 표기된 조리 시간이 12분이라면 그대로 따르는데, 이때 소금을 한 숟가락 넣어 면에 간이 배도록 합니다. 면을 삶는 동안 가끔씩 저어줘야 바닥에 눌러붙지 않아요!

8분쯤 지나 물이 3분의 1 정도 줄어들면 우유 200ml를 붓고, 슬라이스 치즈 6장을 넣어 녹입니다. 여기에 버터 40g과 참치액 반 티스푼을 추가하는데, 참치액은 감칠맛을 내는 천연 조미료 역할을 합니다. 제 경험상 치즈는 5장으로는 좀 아쉽고 7장은 진해서 좋았는데, 진한게 조금 부담스러운 분들에게는  6장이 적당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진 마늘을 넣어야 해요.

  1. 물 800ml에 파스타면 80g과 소금 1숟가락을 넣고 12분간 끓인다
  2. 8분 시점에 우유 200ml, 슬라이스 치즈 6장, 버터 40g을 추가한다
  3. 참치액 0.5티스푼으로 감칠맛을 보강한다
  4. 국물이 자작해지면 불을 끄고 다진 마늘을 넣어 섞는다
  5. 후추를 넉넉히 뿌려 완성한다

마늘을 처음부터 넣으면 향이 휘발성 때문에 다 날아가고 텁텁한 맛만 남는다고 해요. 부대찌개나 매운탕집에서 마늘을 맨 위에 올려주고 "손대지 말라"고 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저도 예전엔 이걸 모르고 마늘을 먼저 넣었다가 향이 약한 파스타를 먹곤 했는데, 마지막에 넣으니 확실히 마늘 향이 살아났어요~!

토마토파스타 간편하게 만들기

토마토파스타도 원팬으로 만들 수 있는데, 라면 하나 끓이는 것만큼이나 간단합니다. 물 700ml 정도에 면을 넣고 끓이다가 토마토 통조림 하나를 그대로 부어줍니다. 통조림 캔에 물을 담아 헹군 뒤 그 물까지 함께 넣으면 토마토를 남김없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간장 1숟가락과 설탕 1숟가락을 넣는데, 설탕을 빼면 토마토의 신맛만 강해져서 우리가 아는 파스타 맛이 안 납니다.

처음에 제가 배운 토마토파스타에는 버터를 넣어 고소함을 더해줬는데, 저희집에는 유제품을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 넣지 않아서 만들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유제품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빼도 충분히 맛있습니다. 고소함이 조금 덜할 뿐 맛에 큰 영향은 없더군요. 물론 버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뭔가 아쉬울 수 있겠지만요.

토마토소스는 케첩을 활용하면 더 간편한데, 케첩을 너무 늦게 넣으면 케첩 맛이 그대로 느껴져서 중간쯤에 넣는 게 좋습니다. 케첩이 녹으면서 소스 색깔이 진해지고 감칠맛이 더해지는데, 이때 국물을 계속 저어줘야 면이 바닥에 달라붙지 않습니다. 10분 정도 끓이면 국물이 자작하게 줄어들면서 토마토 소스가 면에 잘 배어듭니다(출처: 식품안전나라).

알리오올리오와 카르보나라 응용법

알리오올리오(Aglio e Olio)는 '마늘과 기름'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인데, 말 그대로 마늘과 올리브 오일만으로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파스타입니다. 원팬 방식으로는 물 700ml에 면을 넣고 끓이다가 올리브 오일 2숟가락과 소금을 추가합니다. 이때 올리브 오일이 물과 섞이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면에서 나온 전분기가 기름과 물을 유화시켜서 자연스럽게 소스처럼 만들어줍니다.

저는 알리오올리오를 좋아하는데 가족들 입맛에 맞춰 크림이나 토마토파스타만 해먹다 보니 늘 포기했었습니다. 그런데 원팬으로 하니까 각자 취향에 맞게 1인분씩 만들어도 설거지가 적어서 부담이 없더군요. 물이 거의 다 졸았을 때 다진 마늘을 넣고 휘저어주면 마늘 향이 확 올라오는데, 이때 후추를 굵게 갈아서 넉넉히 뿌려야 맛이 살아납니다.

카르보나라 스타일로 응용하려면 알리오올리오에 계란을 추가하면 됩니다. 면이 다 익고 불을 끈 상태에서 달걀 1개를 풀어 넣고 빠르게 저어주면 여열로 계란이 익으면서 크림처럼 변합니다. 여기에 파마산 치즈 가루나 피자치즈를 뿌리면 더 진한 맛을 낼 수 있는데, 굳이 비싼 치즈 가루를 살 필요 없이 피자 시켜 먹고 남은 치즈 가루 봉지를 활용해도 충분합니다. 제가 해본 결과 계란 노른자만 넣으면 더 고급스러운 질감이 나오더군요.

다만 원팬 파스타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면의 익힘 정도를 조절하기가 조금 어렵다는 점인데, 알덴테(살짝 덜 익은 식감)를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원팬 방식은 면을 완전히 익히는 방향이라 쫄깃한 식감보다는 부드러운 식감이 나오거든요. 그래도 저는 편리함이 더 크다고 생각해서 계속 이 방법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엔 "과연 원팬 파스타가 제대로 된 파스타 맛이 날까?" 걱정했지만, 막상 해보니 일반 방식과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정통 이탈리아 레스토랑 수준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집에서 간편하게 먹기엔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파스타를 좋아하는데 설거지 때문에 망설였던 분들이라면 꼭 한번 시도해보세요. 원래 알덴테를 선호 하던 저였지만 원팬으로 해서 면이 벤코토 (완전히 익은상태)여도 맛있게 먹게된 저처럼 파스타 요리 방법 자체가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UOpe_sTK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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